감상2018. 9. 23. 18:28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레플리칸트를 거울로 내세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깊이 침잠했다면, 원작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에서는 그 해답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원제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전기 양도 아닌 '꿈'이다. 전기 양을 꿈꾼다는 것은 양, 즉 타인/타 생명체를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임과 동시에, 현재보다 나은 상태(양을 갖고 있는 상태)가 되려는 목표가 있는지 묻는 것이다.


머서교로 상징되는 감정이입과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목표, 즉 꿈은 인간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화성에서 도망쳐 온 넥서스-6 기종들은 본인들의 행동, 자유를 찾아 떠나는 행동으로 말미암아 릭(데커드)이 그들을 퇴역시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서 그들은 릭과 이지도어와는 다른 행동을 보임으로써, 감정 이입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것을 더욱 부각시키며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영화와 달리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소설 내내 묘사되는 끊임없이 떨어지며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낙진으로 인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지구에서(소설속 표현처럼 모든 것이 '키플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나마 인간들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공감, 즉 서로를 이해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 (원제 : Do Android Dream of Electric Sheep?) 필립 K. 딕, 1968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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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센트 방과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