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은 것2013. 3. 7. 21:26

이성적으로 옳다고 판단되는 선택이 항상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감정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언젠가 '옳았다'고 생각하게 되겠지만(혹은 그렇게 믿게 되겠지만), 그렇게 생각되기까지의 기간의 고통을, '이성적 판단이 옳았음'이라는 판결을 선고받은 후의 안도감과 비교한다면, 이성적인 결정과 감정의 호소 중 어느 것을 따르는 것이 진정 자신에게 '옳은'일인가 판단하는 것은 마치 구름의 테두리를 정확히 붙잡아 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 2011.02.27 일요일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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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센트 방과후
감상2013. 2. 25. 23:00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The Forever war), 1975'를 읽었다.

SF물을 읽고 싶다고 하자 SF덕후인 고광일이 빌려준 책이다.

 

 

 줄거리는 여타 전쟁SF소설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종족 '토오란'에 맞서기 위해 인류는 최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갖가지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그들과 맞서 싸우고, 마침내 전쟁을 끝낸다는 것이다(분명 소설 말미에 토오란과의 전쟁이 종결되는데, 책의 제목이 '영원한 전쟁'이라는 것은 곱씹어 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의 메시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반전(反戰)이라고 할 만하다(개인적으로는 인간에게 있어서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더 와 닿는 주제이긴 하지만).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작가는 당시 겪었던 끔찍한 전쟁의 참상과, 전쟁에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느꼈던 이질감을 SF라는 장르를 통해 개인적 경험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전쟁에 참전한 적은 없으나 그래도 2년 4개월이라는 짧은 군복무를 마쳐서인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주인공 만델라가 느꼈던 감정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상대성 이론으로 증명되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와 정지해 있는 물체가 겪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물리법칙에 의해 주인공을 위시한 등장인물들이 우주에서 한 번 전쟁을 치르고 올 때마다 지구는 몇 십년, 많게는 몇 백년이 흐른다. 이로써 주인공과 함께 추억을 나누던 사람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지구의 문화 역시 만델라가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만델라는 처절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이 휴고상, 네뷸러 상, 디트머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하게 된 주요한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고립감을 잘 표현해낸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바로 정도의 차는 있겠으나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군복무를 하는 동안,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예전과 같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나는 차츰 그들에게 잊혀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괴로웠었기 때문이다. 제대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은 예전의 인간관계를 '대부분' 회복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까지 했으나, 입대 전 갖고 있던 추억속의 인간관계는 불가역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실을 떠올리면 일련의 아쉬움과 관계된 감정들이 공진(共振)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결국 객관적인 시간 개념으로 주인공이 태어난 시간보다 약 2000년이나 흘러 주인공과 관련된 것 어느 하나도 지구상에 남게 되지 않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여주인공인 메리게이 덕분이다.

 

 절대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나, 그 순간을 함께 해온 사람, 추억과 추억 외의 모든 것들(괴로운 기억, 절망감, 슬픈 나날들 등)을 공유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 만큼이나 큰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p.s. 마지막 문단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추억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과 현재를 함께 한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 행복한 일일 것이다.

 

                                                                                                                                             - - 영원한 전쟁 (조 홀드먼 저), 1974년작 / 2012.07.16 월요일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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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것2013. 2. 25. 22:50

대안의 부재는 맹신을 야기한다.

                                                                                                            - 2011.09.12 월요일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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