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2016. 12. 18. 21:54

 

 눈 뜬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 원제는 'SEEING'. 눈 먼 자들의 도시와 함께 사 놓고는 지금까지 읽지 않고 두었다가 약 2주 전에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마침내 오늘 몰아서 다 읽었다.

 

 내용은 4년 전 백색실명을 겪었던 나라의 수도에서 선거를 치르는데 사람들이 백지투표를 내면서부터 시작한다. 무효표, 기권도 아닌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채 내는 백지투표. 정부는 처음에는 이 사건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알아보려 하지만 실패하고, 점차 극단적인 작전을 짠다. 

 

 소설은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어떻게든 덮어보려 하면서,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각자 자신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총리와 대통령, 장관들의 무능과 잔인함을 실컷 보여주다가, 시점을 바꿔 아직 이 도시에도 정의가 살아 있음을 흥미롭게 보여주다가, 갑자기 비극의 절정에서 끝나 버린다. 마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다가 2절 후렴에서 전화가 울려 음악이 중단 되듯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작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보여 주었던 희망이 사실은 휘발성이 강한 거였다고, 혹은 매우 작고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거라서 계획된, 의도적인 절망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책장을 덮는 순간 무거움이 탁 하고 마음을 덮었다.

 

어쩌면 지금이 일요일 밤이라 더 무겁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눈 뜬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원제 : SEEING), 2007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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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은 것2016. 7. 26. 23:58

 어제는 친한 선배들과 영통역 근처에서 맥주에 양주를 타서 마셨다.

오늘은 같은 사업장의 선후배들과 느린마을양조장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는 날이었는데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느라 늦어서 가지 못했다.

 

의미도 없는 일을 꾸역꾸역, 반사적으로 해 나간다는 느낌에 가슴 한켠이 피로골절이라도 당할 것 처럼 묵직해지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는 신호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지난 일주일의 휴가가 무색하리만큼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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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센트 방과후
겪은 것2015. 9. 29. 19:37

이번 추석 연휴는 한 번도 휴가를 쓰지 않았던 올해의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휴가였다.

물론 매주 주말마다 쉬기 때문에 엄살피우는 소리일 수 있지만, 평일의 한가로움을 느껴보고 싶어 거의 안달이 날 지경이었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은 너무나 행복했다. 특히 오늘은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늦잠을 자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보고 오후 늦게 동네 한 반퀴 산책까지 했다. 저녁엔 어머니와 누나와 구로디지털단지까지 걸어가 최우영 스시에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다. 내일은 다시 회사에 나가야 하지만 월요일같은 수요일이므로 평상시의 출근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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